총 플레이 타임 : 20시간. 1회차 끝.

한동안 인디게임을 안하고 있다가, ~트위터~어디선가 TRPG 스러운 인디게임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인디게임이지만 GOTY 도 몇개 받는 걸 보면서, 해보고 싶어져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픽도 확 눈에 띄고 시나리오 라이팅에 5, 10년 정도의 상당한 시간을 쏱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고, 결국 옳은 결정이였다.

이 게임을 사람들의 설명해놓은 글을 보면 보통 Open world detective RPG 라고 설명을 많이 한다. 사실 나도 여기에 낚여서 재밌는 추리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던것이였지만, 이 게임은 추리게임이 아니라 어드벤처에 가깝다. 하나의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Screenshot of Disco Elysium

주인공은 목매달려 죽은 시체를 조사하게 된다.

게임 플레이

플레이어는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어느 마을에 도착하였지만, 거하게 술을 먹고 자신의 과거 기억을 잃어버린 탐정으로서 자신의 과거 기억을 찾으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해야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NPC 에게 말을 걸거나, 물리적인 단서를 찾는 데, 이 모든 과정은 어떤 물체나 npc 를 클릭하는 순간 부터는 텍스트로 이루어지며 선택지들의 결과도 보통 텍스트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사실상 텍스트를 읽고 선택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

screenshot of Disco Elysium. Text is on the right side

화면 절반이 텍스트로 가려지며, 플레이어는 사실상 텍스트를 읽고 선택하는 것이 main interaction 이다

능력 시스템

게임에서 가장 유니크한 시스템은 능력치 시스템이다. 보통 능력치 시스템은 궁술, 설득력 등 남에게 영향력을 끼칠수 있는 능력치를 사용하지만, Disco Elysium 는 자신의 내면을 능력치화 시켰다. 지능, 상상력, 육체, 손재주 총 4개의 카테고리가 있고, 각 카테고리마다 6개의 능력치가 있다. 지능으로 퉁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 논리력, 시각추론 등등 세부적으로 나눴다.

Skill in Disco Elysiums

24개의 능력들. 맨 처음에 보면 '이걸 어떻게 다 알아'하지만 나중엔 일러스트만 봐도 어느정도 알게 된다.

여기서 키 포인트는 이 능력치들은 단순히 내가 어떤 행동을 할수 있는지 없는지, 또는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내면’들은 나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건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식을 담당하는 Encyclopedia 는 Npc 가 특이한 단어를 사용하면, 그 단어의 뜻을 나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거짓말을 담당하는 Drama 는 Npc 가 거짓말을 하는거 같은지 아닌지를 알려준다. Drama 가 높으면 Drama 의 스크립트가 보일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낮으면 안보일 가능성이 높다.

Drama skill is talking.

Drama 의 조언. 옆의 Medium 은 난이도로 난이도가 높으면 Drama 능력치가 높거나 운이 좋아야 이 스크립트를 볼수 있다.

이렇게 능력치를 플레이어의 내면으로 정하고, 내면이 나에게 조언을 해줌으로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생각한 것처럼 보여준다. 즉, Role playing 을 깨지 않으면서 마음대로 정보를 줄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좋은 점은 플레이러가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여러번 반복해서 중요한 정보를 알려줄수 있기에 플레이어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언이 있음으로서 내가 특정 능력치를 올리는 것이 skill check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능력치를 어디에 투자했는지에 따라 내가 읽는 스크립트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달라지게 때문에 내가 어떤 스킬트리를 탔느냐에 따라 npc 의 말의 context 가 달라지게 된다. 지능쪽 스킬을 많이 올리면 NPC의 말의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유추할수 있는 정보들을 많이 얻게 되고, 상상력쪽 스킬을 많이 올리면 논리적이진 않지만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 정보가 많아지게 된다.

Chain reaction. Skills are talking to each other.

스킬들은 가끔 참견하는 정도가 아니라 계속 말을 한다. 심지어 자기들 끼리도 말하는 경우도 있다.

CRPG? Mystery game? or Interactive Novel?

이 게임의 Trailer 와 스팀 페이지를 봤을 때, 첫 인상으로는 추리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 Open World Detective 이라고 해서 여러 사건들이 world 에 뿌려져 있고 내가 원하는 사건들을 계속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하면서는 CRPG 에 더 가까운 느낌이엿다. 스토리나 내가 처한 상황을 보고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스토리 분기가 타지는 느낌이였다. 내 캐릭터는 지능이 뛰어난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건에서 얻는 단서들도 추리나 지식을 통해 얻는 단서들이 많은 느낌이였고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선택지들보단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스토리를 진행하는 느낌이 들엇었다.

하지만 끝까지 플레이를 하고 나서 리플레이를 해보기 귀찮아서 모든 분기들을 찾아본 결과, 사실은 전체적인 스토리는 내 선택에 따라 바뀌는 부분은 굉장히 적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즉, A 라는 선택을 햇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들은 스토리를 조금씩 변경은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영향을 못주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이 게임은 선택이 meaningful 하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게임이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게임의 코어는 ‘내 선택이 반영되는가’ 가 중요하지 않은거 같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을 하는 과정이다. 비록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건 적었지만 내가 이 게임을 재밌다고 느꼈던 것은 선택을 할 때 이 선택의 파급력을 모르기 때문에 신중해야됬던 점, 그리고 그렇기에 굉장히 다양한 고민들을 했기 때문인것 같다. 특히 고민해야되는 포인트들이 재밌었는데 어떤 확률을 택할지, 그리고 시간이 촉박해져서 할수 있는 여러 질문들중 몇개만 선택해서 할수 있는 상황, 등등 이 대화를 진행할때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다.

Logic telling player to make careful choice

직접적으로 선택을 잘 하라고 말하는 스크립트. 이러한 순간이 있기에 선택이 의미가 있어보인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하지만 맥 빠지는 엔딩

맨 처음엔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굉장히 많은 스토리들을 던진다.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나의 과거를 캐야되기도 하고,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기도 하고, 마을의 버려진 사무실을 탐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처음엔 내가 뭘 해야되는지도 모르겠어서 동시에 4, 5개의 스토리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나중엔 이 모든 스토리들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서 메인 스토리에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스토리들이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깔끔하게 모아진다. 게임의 끝에 메인 스토리의 엔딩이 나오는 데, 굉장히 허무하다. 오히려 엔딩 직전의 Scene 이 굉장히 intense 하기에 개인적으론 그 씬이 보스전이고, 마지막 엔딩은 epilogue 의 느낌이 더 강했다. 또한 엔딩은 스토리의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라 약간 미드의 시즌 1 엔딩의 느낌이여서 DLC 가 나와야 될것 같은 느낌이다.

비록 엔딩이 이렇게 허무하긴 하지만, 그 엔딩까지의 과정에서 나오는 스토리들이 재밌었고 허무한 엔딩이 시사하고 있는 바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총평

캐릭터의 내면을 능력치화 하고 그것들이 계속 말을 하는 시스템으로 한 획을 그은 게임. 시나리오 라이팅으로 승부를 보는 게임도 오랫만이여서 더 눈에 띄었다.